지난 12일 군산 롯데마트 앞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고등학교 학생 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런 어린 학생들이 무엇을 알기에 이토록 추운 날씨에 거리로 나오게 했을까.
국정농단의 원흉인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대한민국의 학문과 지성이 보기 좋게 농락당하고 있다.
수능을 앞둔 고교생들이 거리로 나서고, 촛불을 들게 된 대한민국의 현실이 십분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러려고 공부 했나’, '공부해도
소용없다'는 청소년들의 주장은 오늘날 한국사회의 부당성이 최고치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몇 칠 남지 않았다. 수험생들이 최종 마무리에 들어갈 시점이다. 청소년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에 나서는 일은 대한민국 역사에 없어야 한다.
돈과 권력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배금주의에 대한 경고는 고금을 구분하지 않고 주창돼온 격언과도
같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오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신분과 지위의 상승을 꾀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교육이
금권에 농락당했기 때문이다. 대학 체육특기생 선발과 관련된 입시비리도 비일비재했다. 입시 모집요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카우트'라는 명목으로
선수, 학부모, 감독 등이 개입돼 왔다. 학생선발과 육성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아 스타선수에 '끼어 넣기' 입학도 횡행했다.
그나마 최근 대학들이 체육특기생들도 출석과 과제에 있어서 동등한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규정화되고 있다. 몇
년 전 김연아 선수는 두 과목에서 F학점을 받았다. 중간·기말고사를 치르지 않고 리포트를 제출했지만 담당교수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처럼 대부분의 대학에서 연예, 체육특기생들도 일반학생과 동등한 학사관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순실 딸 정유라 만큼은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 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않가는 식의 학교생활을 했다고
하니 열심히 공부해도 가고 싶은 대학을 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허탈감과 분노만 심어준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이제 대통령의 존재감을 잃은
대한민국이 또 정쟁의 현장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국정을 조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가족관계를 멀리 한 대통령의 통치가 씁쓸하다.
